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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070720 백두대간(3차) 설악종주 산행기(미시령-장수대)

미시령-마등령-대청봉-귀때청봉-장수대

♡ 종주계획

 ○ 일    시 : 2007.7.20(금)-7.22(일) --- 1박 3일

 ○ 코    스 : 미시령-황철봉-저항령-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대청봉-

                       끝청-한계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 산행시작 : 2007. 7.21(토) 02시

 ○ 시간 및 거리 : 산행거리 30.8km(약 20시간 소요)

 ○ 숙    박 : 중청대피소

 ○ 가  는 이 : 박현식, 김용희, 박재훈

 ○ 비     용 : 1인 약70,000원(교통비-50,000원, 식대-10,000원, 대피소-8,000원)

 

♡ 준비사항

 ○ 공   통 : 모자, 장갑, 스틱, 예비옷(긴옷), 식수(2ℓ 1, 휴대용 1-완전히 언거),

      랜턴, 우의,  배낭덮개, 세면도구, 신분증, 비상식량(좋아하는 것으로 충분량) 

 ○ 개인별 준비

  - 박현식 : 버너, 코펠, 찌개(3인 2식분), (3인 1식분), 소주(2병), 나침반,

                  보험가입, 비상약, 부타개스(2), 통조림(1개), 등산지도  

  - 박재훈 : 김치(약간), 밑반찬(약간), 고추 및 마늘(약간), 고추장, 쌀(2식분)

  - 김용희 : 카메라, 김치(약간), 라면(8개), 삼겹살(1근)

 

  ※ 식수보급

 

    - 귀때기청봉 동쪽 안부(약 5분 거리인 도둑바위골 상단 약5분)→귀때기청봉→갈림길(왼쪽은 귀때기골)

         → 귀때기청봉 서쪽 안부(상투바위골 안부. 오른쪽으로 10분쯤 내려가면 물줄기 만남. 부근 캠핑장소)→대승령

       - 한계령(완사면)→공터(오른쪽 지계곡으로 50m쯤 오르면 샘이 나타남. 중청대피소 이전 유일한 식수원)→ 

         가파른 사면길(약 10분)→서북릉상 삼거리(가능하면 여기활용) 

    - 기타 : 마등령 상단부(곰골 상단부 샘 있음), 희운각 및 중청대피소, 장수대계곡, 미시령

 

♡ 세부계획

 ○ 이동수단

 

   - 서  울~속  초 : 시외 심야버스(2007.7.20-금)-22:00~00:50 (2시간 50분 소요)

   - 속  초~미시령 : 택시(01:30~02:00)

   - 장수대~서  울 : 시외버스

    ※ 일정(시간 및 날씨)이 가능하면 낙산해수욕장(양양) 또는 한계천계곡(설악산)에서 피서

 

 ○ 세부일정

  - 1일차(2007. 7.20. 금)

    · 산행준비(20:00~21:00)

    · 집에서 출발(21:00)

    · 동서울터미널 도착(21:40)

    · 동서울터미널 출발(22:00)

 

  - 2일차(2007. 7.21. 토)

    · 속초도착(00:50) : 속초터미널

    · 야식(01:30) : 속초(해장국 등)---매식

    · 미시령도착 및 산행시작(02:00) : 미시령 정상

    · 황철봉(06:00)

    · 저항령(07:00) : 아침식사

    · 마등령(09:00) : 식수보충

    · 희운각(13:00) : 점심식사---대피소

    · 중청대피소(16:00) : 숙박장소

      - 일몰감상(19:00) : 대청봉(일몰시간 - 19:55)

      - 저녁식사(20:00) : 중청대피소

      - 취    침(21:00) : 중청대피소

 

  - 3일차(2007. 7.22)

    · 기    상(04:00) : 중청 대피소

    · 일출감상(05:00) : 대청봉(일출시간 - 05:25)

    · 아침식사(06:00) : 중청대피소

    · 한계삼거리(09:30) : 서북능선

    · 점심식사(10:30) : 귀때기청봉

    · 하산후 휴식(15:00) : 장수대

     ※ 2007.7.22(일) 17시경 서울로 출발예정

 

♡ 산행후기

Ⅰ. 산행일정 : 2007. 7. 21(토)-7.22(일)

Ⅱ. 산행구간 : 미시령-황철봉-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청봉-중청-끝청- 한계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

Ⅲ. 도상거리 : 30.8km

Ⅳ. 산행시간 : 24시간(첫째날 - 14시간,  둘째날 - 10시간)

Ⅴ. 인    원 : 나와 아 그리고 동료 1명(박현식, 박재훈, 김용희)

Ⅵ. 산행여정

  - 2007. 7.20(금)

    ·  22:30 동서울터미널 출발---속초 

 

  - 2007. 7.21(토)

    ·  2007.7.21(토) 01:10 --- 속초도착 및 식사

    ·  02:20 --- 미시령(826m --- 산행시작)

    ·  03:40 너덜지대 통과(첫번째)

    ·  04:20 1319봉 통과

    ·  05:20 황철봉 통과(1381m, 약20여분 알바)

    ·  05:40 세번째 너덜지대 통과

    ·  06:20 저항령(1100m) 통과

    ·  08:50 마등령(1327m) 도착 (아침식사)

    ·  10:15 나한봉(1276m) 통과

    ·  11:50 1275봉 통과

    ·  13:30 신선봉(1218m) 통과

    ·  14:00 희운각 도착 및 점심식사

    ·  15:00 희운각 출발

    ·  17:00 중청대피소 도착

    ·  17:30 대청봉 정상(1708m -- 주변경관 감상)

 

   - 2007. 7.22(일) --- 중청 대피소 1박

    ·  05:20 일출 감상 및 아침식사

    ·  06:30 중청대피소 출발(중청봉--1676m)

    ·  07:00 끝청(1604m) 도착

    ·  09:00 한계령삼거리

    ·  09:30 귀때기청봉 너덜지대 통과

    ·  10:10 귀때기청봉(1577m)

    ·  14:20 대승령(1210m)

    ·  14:50 계곡(산행중 처음만난 계곡---차거운 설악계곡물로 피로에 지친 다리등 맛사지) 

    ·  15:50 대승폭포(88m)

    ·  16:30 장수대 도착

    ·  17:20 인제 터미널 도착(택시)

    ·  19:15 동서울터미널행 버스 출발

    ·  22:10 서울 동서울 터미널 도착

     ※ 일부 정상이나 고개등의 통과시간은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 대강의 시간을  기록함

 

♡ 산 행 기

- 산행준비

  금년초부터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동료들의 사고 사건들로 인하여 2회차까지 만 가고 계속 세월만 흐르니 짜증도 나고 하여 아들의 방학도 있고 중3때 지리산 종주하고 2년여가 흐른거 같아 오랫만에 힘든 코스를 가고 싶어 아들의 동의를 얻어 설악산 종주에 도전하기로 한다.

 

  기왕 가기로 한거 우리 돌아봐팀과 함께 가기로 하여 희망자는 7월21일 중청대피소 1박 예약하도록 하였으나 단 1명만 예약하여 3명(아들과 나 그리고 김용희)이서 설악종주를 하기로 마음먹고 산행계획을 세운다.

 

  준비과정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식수였는데 지도상으로는 마등령과 귀때기청봉 전후그리고 한계삼거리 부분, 희운각대피소와 중청대피소였다. 대피소를 제외하고는 장담하기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물은 충분하게 준비하여야 할 거 같다. 

 

  계획대로 17일 제헌절날 수락산에서 예비등반도 하고, 헬스장에서 자전거타기도 하고, 버스표도 예매하고, 술도 1일 정도는 자제하고, 먹거리도 준비하고, 재훈이 배낭도 빌리는 등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하였다. 출발하는 날 대환에게 부탁하여 2일간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고 퇴근시간이 되자 바로 집으로 향하여 이젠 출발준비를 한다.

 

  재훈 엄마는 검기 걸렸다고 오면서 약 사오란다. 혹여 많이 아프면 못가는 것은 아니겠지 생각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큰소리로 선수를 친다. 한여름에 무슨 감기에 걸리냐고 하였더니 천천히 일어나 산행준비를 도와준다. 사실 국거리, 반찬거리, 밥, 옷가지 등은 마눌이 항상 준비하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으면 처음부터 어려워 진다. 우의등 등산 준비물과, 꽁꽁언 2ℓ짜리 생수얼음 2개, 1ℓ 휴대용 식수 1개에 반찬, 코펠 등을 차곡차곡 배낭에 넣고 배낭을 드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 동서울 터미널

  밤 8시 45분 집에서 출발하여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니 9시 40분이다. 용희는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고 인터넷으로 예약한 버스표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 언젠가 보았던 버스 승차장으로 가니 버스기사가 심야버스는 저쪽 끝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승강장이 하나인데 대구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되어가도 속초행 버스는 보이지 않고 10시가 되어 알아보니 여기서는 고속버스만 출발하고 우리가 타야할 버스는 다른곳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뛰어갔더니 이미 버스는 떠난 뒤다. 매표소에 가서 항의를 하였더니 안타깝게 우리를 쳐다본다. 전에도 한번 장수 갈려다가 버스를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속초가기는 어려운가 보다 라고 생각하니 짜증부터 난다.  매표원에게 23시 차가 있냐고 하였더니 3명은 안된단다.  그리고 22시30분 차가 있다고 한다. 시간도 거의 비슷하게 걸린다고 하니 밤10시 30분 차로(심야 우등버스에서 일반버스로) 버스표를 변경하고 30분을 기다려 버스에 오르니 승객이 거의 없어 편하게 갈수 있을 거 같다.

 

- 속초에서

  버스에 올라 새벽 2시부터 산을 타야하니 이제부터 잠을 자야지 자가 깨다 두어번 하니 어느덧 속초에 도착하였다. 거의 2시간 30분만에 초고속으로 달렸나 보다. 예상시간보다 40분정도 빨리 도착했다. 식사를 하기 위하여 터미널 근처 어느 야식집에 갔더니 주인은 없고 객들만 술을 마시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고 안오니 야식집을 나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에게 속초에서 맛있는 해장국집으로 안내하여 달라고 하니 먹자골목으로 안내한다---택시요금 3000원정도 나옴---그곳에서 콩나물 해장국을 시켜 먹었으나 맛이 영 아니다. 집에 두고온 소주가 생각나 24시마트에서 소주를 사고 미시령까지 택시를 타니 요금은 정액제가 아닌 미터제(할증시간임)로 한단다. 미시령에 도착하니 택시요금 18000원 나온다.  택시기사는 자기가 속초에 살아도 야간에 황철봉 가다고 2번이나 길을 잃어 되돌아 왔다고 하면서 많이 가보았냐고 묻는다. 15년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다고 하였더니 길을 잘못들 수가 있으니 조심하고 웬만하면 날이 밝으면 가라고 한다.   

지난 2월에 남긴 사진---미시령 

 

- 산행시작

  02시 10분경 미시령에 도착하여 화장실을 갈려고 하나 너무나 쓸쓸한 모습에 화장실 찾기도 어렵고 주유소 불빛만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다. 결국 화장실은 포기 가다고 급하면 산중에서 보기로 하고 산행준비---  

등산화 끈도 힘껏 묶고 헤드랜턴도 점검하고 배낭도 단단히 메고 계획보다 20분 늦은 02시 20분 미시령을 출발 산행을 시작한다. 진부령-미시령 구간종주때 보아 두었던 좌측 아랬부분 철조망을 넘는다. 종주팀이 한 두팀은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였지만 인적은 커녕 차량한대 지나지도 않는다. 철조망을 지나자 마자 길은 우리를 거부하는 듯이 키를 넘는 잡목들이 우리의 갈길을 방해한다. 워낙 오랜만에 오는 길인지라 잘못 들어 왔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금방 떨어진 듯한 빗물인지 아니면 새벽 이슬인지 우리의 얼굴을 적시고 옷을 적시고 등산화를 적신다. 그런 와중에도 10여분쯤 산을 오르니 금방 땀이 머리를 적시고 얼굴을 적시고 몸통을 적시고 이젠 동여멘 머리띠에서 땀이 줄줄 떨어지기까지 한다.

 

  헤드랜턴 불빛만이 우리의 갈길을 빛춰주고 산은 어둠과 적막에 휩싸여 있다. 하다못해 그 흔한 풀벌레 소리조차도 없어 어디선가 무엇이 덮칠거 같은 느낌이다. 이럴때 앞에서 사람이 나타난다면 하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무서움증이 전신을 감싼다. 아들하고 둘이서 올려고 하였다가 용희와 같이 온 것이 천만다행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로 표지기는 공단측에서 제거하였는지 아니면 출입금지구역이라서 아예 종주꾼들이 표지를 달지 않아서 인지 모르지만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얼마쯤 지났을까 문득 도깨비 불 같은 것이 저 앞에서 반짝인다. 무얼까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야광 표지기다 공단에서 길안내 표시를 하였나 보다. 출입금지구역이지만 그래도 우리같은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공단측의 배려가 고맙기만 하다. 너덜지대에서의 길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덕분에 쉽고 안전하게 너덜지대를 지날 수가 있었다.

 

첫번째 너덜지대에서의 재훈이--벌써 힘드나 보다

 

- 황철봉과 너덜지대 그리고 저항령

  저 아래로는 금방 떠난 미시령의 희미한 불빛만이 보이고 저멀리에는 동해바다의 오징어 잡이 배인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어선의 불빛이 보이고 또한 새벽무렵 속초시의 네온과 가로등이 새벽 이시간까지 한잔 쌔리고 있을 관광객을 비추고 있다.

 

  첫 번째 너덜지대에서 짧지만 기분좋은 휴식시간을 보내고 야광불빛을 안내삼아 거의 기다시피 조심조심을 연발하면서 너덜지대를 오른다.

  얼마쯤 올랐을까?  아들녀석이 가방이 무겁다고 투정이다. 나보다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키도 180정도지만 생각했던거 보다 힘든 모양이다. 어떡하랴 나의 배낭도 무겁지만 아들 녀석의 배낭에서 아침밥을 꺼내 내배낭에 넣으니 배낭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1319봉에서 가볍게 요기를 하고 저만치 보이는 황철봉을 향하여 이젠 조금씩 날이 밝아오나 뿌연 안개와 비구름이 청명한 설악의 모습을 내놓지는 않는다.

우측 내리막길을 한동안 가다보니 너무 많이 내려간 거 같아 아무래도 불안하다. 혹여 백담사방향으로 가는길은 아니지 분위기가 이상하여 10여분 내려온길을 되돌아가 갈림길에서 다시 방향을 찾기로 하여 다시 올라 갈려니 더욱힘은 들고 갈림길까지 올라 지도를 보며 방향과 길을 자세히 확인하니 원래 내려갔던 길이 맞는 길이다. 그냥 갔으면 거의 황철봉에 다 갔을 텐데 20여분 이상 알바를 하고 만다. 그래도 날이 밝을 때까지 길을 한번만 잘못 들었고 앞으로의 종주구간 동안 길 잃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기나긴 2번째 너덜지대를 지나 황철봉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아 온다. 황철봉이라는 정상석대신 천연보호구역이라는 표시석만이 외롭게 서있고 여기서 우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대청, 중청 그리고 서북능선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종주의 성공을 다짐 해본다. 

여명이 밝아오는 황철봉  --- 잠시 휴식중

 

  저항령에 도착하니 15년전에 저항령을 거쳐 백담사 방향으로 산행하였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때는 설악의 운해가 대자연의 장관을 만들어 주었는데 오늘의 설악은 그때 그 모습이 아니다. 일출도 없고 운해도 없다 구름과 안개만이 휘뿌였게 모였다 흩어지곤 한다.

  저만치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마등령인가 보다. 새벽 2시20분 출발하여 처음 듣는 사람소리다. 혹여 단속원이 있을까 조심스럽게 마등령에 들어서니 저만치 바위위에서 우리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오세암과 금강굴과 공룡능선과의 갈림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볼일도 보고, 저만치 아래에 식수가 있는가 보다. 등산객들이 물통을 들고 오간다. 우린 괜히 그 무거운 물을 짊어지고 왔나 보다 그래도 얼음이니까 시원한 물은 마실 수 있어 좋기는 하다.

 

마등령에서 --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공룡능선의 에델바이스 

 

 

- 공룡능선

  2년전 5월 우린 공룡능선을 종주하였었다. 4명이서 공룡능선을 처음 등산하면서 아름다운 외설악과 내설악의 경치에 감탄하였고 그 험함에 감탄하였고 그 힘듬에 감탄하였다. 오늘 공룡의 등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그 공룡능선을 아들과 함께 한다.

  조금 오르니 나한봉이다. 아들놈은 벌써부터 힘들다고 쉬어 가잔다. 그렇게 인적이 없던 황철봉 구간과는 달리 여기서부터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등산객이 상당히 많다. 간간히 뿌려주는 가랑비는 땀을 식혀주어 좋고 열기를 뿜어내는 바위의 열을 식혀주어서 또한 좋다. 오가는 등산객과 인사를 하면서 힘든 것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린다.  

  나한봉을 지나 공룡의 등을 밟으면서 쉬엄쉬엄 1275봉을 향한다. 이제 등산시간도 10여시간이 되어가니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온다. 한걸음 한걸음 가파른 오르막을 어렵게 올라서니 공룡능선의 허리쯤되는 능선상징 1275봉에 도착한다. 마등령 2.1km, 희운각 3km라는 이정표가 있고 우린 여기서 한참을 쉬며 간단하게 간식을 먹는다. 계속 앉아서 쉬고 싶지만 갈길이 먼지라 다시 일어 나야한다.

  아름답고 눈을 뗄 수 없는 비경들이 여기저기 수없이 펼쳐지고 바위틈에서는 이름모를 야생화가 수없이 피어 있으며 설악의 상징인 에델바이스도 조그마한 꽃망울을 펴 보이고 바위틈에 숨어 있다.

  지난해 수해로 망가진 등산로를 정비하여 산길은 좋아졌지만 능선 종주의 맛을 전보다 못 한거 같다. 역시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어야만 자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보다.  오르내리락 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끝에 어느덧 신선봉이다. 전번에 여기서 일출과 외설악의 운해를 보았었다. 그 자리에 2명이 진을 치고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고 있다. 이제 희운각 대피소에 거의 다 왔다.

 

 

 

 

 

 

순간적으로 맑아진 대청봉 포착---중청대피소에서

 

 

- 희운각대피소와 소청 오름길 그리고 대청봉

  희운각에 다가오니 제법 비가 내린다. 소낙비는 아니나 땀을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계곡에 가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점심으로 라면 끓일 준비를 한다. 희운각대피소 부근에 웬 다람쥐들이 그리 많은지 무릎위까지 올라와 먹을 걸 달란다. 용희는 라면을 깨주고 난 주지 말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많은 이들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다. 대청 오를 사람들, 공룡능선 탈 사람들, 소공원으로 갈 사람들이 잠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우린 점심식사를 가볍게 하고 계곡물에서 족욕을 한다. 물은 너무 차가워 오래 담그지도 못한다. 빗방울은 점차 굵어지고 일단 배낭카바를 꺼내 배낭을 덮고 이젠 대청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 지도상으로는 오르막길 2시간 30분 정도지만 약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을 거 같다. 소청까지는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1.3km. 재훈이는 어느정도 오르면 쉬자고 자꾸만 보챈다. 희운각 떠난지 1시간 30여분만인 4시30여분쯤 소청 정상에 도착한다. 흘린 땀과 축축히 젖은 셔츠를 시원한 바람에 말리면서 여유롭게 쉬고 이젠 오늘의 목적지 중청 대피소로 향한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이미 쉴만한 곳은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 일단 대피소 숙박접수를 하고 나니 할일이 없다. 저녁식사할 시간까지 2시간 정도가 남아 있어 어짜피 구름이 많아 일몰 보기는 힘든 상황이므로 대청봉에서 기념사진과 주변을 감상하기로 한다.

  대청봉은 최근 2년동안 4번째 오르지만 그때마다 오르는 감회는 새롭다. 주변 자연환경이 그렇고 오르는 사람들이 그렇고 나 자신이 그렇다. 대청 중간쯤 오르다 보니 저멀리 오늘 우리가 지나왔던 봉우리들이 아스라이 또는 뚜렷하게 눈앞에 다가온다. 미시령위의 황철봉과 마등령 그리고 공룡능선과 희운각대피소도 살짝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좌측으로는 우리가 내일 가야할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이 보이고 그 뒤로 가보고 싶은 점봉산과 가리봉도 그 자태를 나타내고 있다.

  재훈(아들)이가 왜 설악산이라 이름 붙였는지 물어본다. 자세하게 알아 본적이 없어 모른다고 하니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누군가가 써 논걸 인용하여 본다. “대청봉은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은 편이라 첫 눈이 제일 빨리 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국여지승람"에는 '한가위부터 쌓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비로소 녹기 때문에 설악이라 불린다'고 했으며 "증보문헌비고"에는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덮이고 암석이 눈같이 희다고 하여 설악이라 이름지었다'고 씌어 있다.” 

  1708m 대청봉 정상에 오르니 많지 않은 등산객들이 사진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고 우리도 사진을 찍고 여유롭게 주변을 감상하고 또 감상한다.  이름모를 산새와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은 다람쥐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설악동방향으로 울산바위가 주변의 기암괴석들과 함께 자태를 뽐내며 버티고 있다. 날씨도 쌀쌀해져 이젠 내려가 저녁준비를 해야 하겠다.

 

 

 

대청봉에서

 

- 중청대피소에서의 1박

  오후 6시 30분경 대청봉에서 내려오니 운좋게도 빈 평상이 하나 비어 있다. 우린 그 자리에 저녁식사 준비할 모든 것을 꺼내어 놓고--버너, 코펠, 가스, 김치, 상치, 고추, 마늘, 찌개거리, 쌀, 소주 등등-- 저녁식사 준비 시작, 날씨가 쌀쌀하여 준비해온 잠바도 입고 저켠에서는 한국감정원에서 단체로 온 등산객들의 목소리가 시끄,럽다. 우리옆에서 아줌마들 6-7명이서 고기도 굽고, 밥도 하고 라면도 끓인다. 그들이 우리에게 김치를 먼저 보내준다. 우린 줄게 없는데 그래도 맛있게 먹겠다고 하고 된장찌개가 끓으면 주기로 생각한다. 밥도 맛있게 익고 찌개도 맛있게 익어가고 서울의 사무실 옥상에서 재배한 상치와 고추를 곁들여 쌈장에 먹으니 어디에서도 이런 맛은 느낄 수 없을 거다. 용희가 챙기기로 한 삼겹살은 깜박하였다고 함--원래 실수가 없는 사람이라 당연히 챙긴 걸로 생각하여 나도 확인하지 않음--옆 좌석의 아줌마들에게 우리가 끓인 된장찌개를 주니 가장 맛있다고 하면서 좀더 달란다. 와서 퍼가라고 하니 고맙다고 한다. 산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되고 자연스럽게 나누어 먹기도 한다.

  8시40분경 9시에 소등한다고 하니 이젠 들어가 잠자리를 챙길 차례다. 아래층 2층 침상이 우리 자리다. 정말 피곤한 하루 동안의 산행 이었다. 난 아들이 자는 것을 보기도 전에 깊은 잠에 떨어지고 만다.

 

  새벽-4시 일부 꾼들은 벌써 일어나 오늘의 산행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은 깨었으나 너무나 피곤하여 일어날 수가 없다. 5시가 되어 재훈이에게 일어나라고 하니 용희도 일어난다. 이젠 나가서 아침준비를 해야지 오늘의 일정도 만만치가 않으니(9시간 산행 예상) 배낭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많은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우린 시멘트 바닦에 자리를 잡고 식사준비 그러는 중에 해가 떠오르면서 일출의 장관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용희는 사진에 담기에 바쁘고---

 

설악의 일출---중청산장에서

 

 

- 서북능선(끝청-한계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

  2007년 7월 22일(일) 6시30분 오늘의 목적지 장수대를 향하여 중청을 떠난다. 오늘은 중청-끝청-한계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까지 약 17km를 걸어야 한다. 구름속으로 해가 들어가면 괜찮지만 해가 나오면 너무 따겁다. 2시간 30분만에 한계삼거리 도착. 대승령 방향에서 오는 사람에게 물으니 식수는 8km를 가야 나온다고 한다. 걱정은 되지만 중청에서 채워온 식수로 때우기로 하고 계획대로 산행시작 귀때기청봉 오르기전 너덜지대는 해가 따갑기는 하였지만 대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오히려 그늘속에서의 산행보다 시원하다.

  한계삼거리 떠난지 1시간 10여분 만에 귀때기청봉 어제 지나온 황철봉, 공룡능선길과 대청, 중청봉이 멀리보이고 좌측으로는 점봉산과 가리봉이 가까이 다가선다. 초행이며 지도상으로 너무쉽게 생각하였나 보다, 서북능선의 오르내리는 바위 암벽, 절벽들이 장난이 아니다. 발바닥에서는 불이 나듯이 뜨겁게 열기를 발산하고 위에서는 땀이 온몸을 적시며, 그래도 배낭은 많이 가벼워져서 어깨의 무게는 한결 나아졌다. 아들은 담에는 절대 설악산 안 온다고 하고 용희도 지리산 정도로 생각하고 왔는데 지리산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정말 힘들단다. 나역시 정말 힘이 든다. 귀때기청봉 지나면 물이 있을것으로 생각하였는데 구할 수가 없다. 우린 결국 라면 끓이는 대신 식수로 사용하기로 하고 처음 나오는 계곡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한다. 한계삼거리 지난지 4시간여만 처음으로 만난 부부 노인둘이서 용감하게도 장수대에서 출발하여 중청까지 간다고 한다. 대단한 노부부이다.

예상시간보다 1시간도 더지난 오후 2시 20여분 대승령에 도착하니 이젠 우리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보람이 가슴속을 깊게 파고 든다. 오늘 우리 대단한 산행을 했지? 우리끼리 자찬하면서----

 

 

귀때기청봉 너덜지대

 

 

- 대승폭포, 장수대

  이제 내리막길 2.7km 만 내려가면 우리의 최종 목적지이자 이번 설악 종주의 종착지 인 장수대다. 한참을 내려가니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반갑던지!!! 대승폭포 폭포소리일까?.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조금 더 내려가니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드뎌 시원한 설악의 시원한 계곡 해발 1000m 는 넘을 것이다. 우린 급하게 등산화 벗고 양말 벗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다. 너무나 차거워 오래 담그고 있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용희는 웃을 입은채 물에 샤워를 하고 너무나 시원하여 행복한 느낌이다. 아침 6시에 식사를 하고 오후 3시가 되어가는 지금까지 식사를 못해서 배도 고프고--우린 물이 부족하여 계곡이 나오면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하였으나 국립공원 취사금지 구역이라서 아예 장수대 내려가서 사먹기로 하고 남은 초코찰떡으로 요기를 한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후끈거리고 열이 나던 발도 맛사지가 되어 통증이 가신다. 오래 있을 수가 없어 다시 출발, 가벼운 걸음으로 다시 한참을 내려가니 거대한 절벽이 보이고 끝이 보이지 않은 폭포가 보인다. 대승폭포다.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의 하나로 높이가 88m나 되어 설치하여 놓은 전망대에서 보아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장대한 폭포다. 다시 계속되는 내리막길 재훈이는 언제쯤 다 내려 가냐고 투덜거리고 난 조금만 더가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도 한참을 내려가니 차소리가 들리고 거대한 포크레인, 덤프 등 중장비가 육중한 몸통을 흔들며 지난해 수해로 알몸이 드러난 한계계곡을 치료하고 있다. 장수대에 도착한 것이다.

  장수대는 6.25 전쟁 때 설악산 전투의 대승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정자라고 한다. 한계령길 장수대에 들어서니 드디어 1박 3일, 24시간 산행, 31km의 설악종주가 끝났다. 

 

 

 

드디어 대승령-이제 다 왔다.

 

우리나라 3대 폭포중 하나---대승폭포 

 

 - 인제 그리고 서울

  한계령길에 도착하여 우선 서울행 버스를 확인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자 인근의 수해공사를 하는 사람에게 서울행 버스 타는 곳을 물으니 조금만 밑으로 가면 휴게소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참을 내려가도 휴게소는 커녕 집한채도 없고 수해공사하는 차량만 시끄럽게 왔다 갔다 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내려가니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는 우리가 내려온 방향 1km 지점에 장수대 휴게소를 가르킨다.-그 인간이 반대로 가르켜 준 것이다-하는 수 없이 인제 114에 확인하여 인제 콜택시를 불러 탔다. 쌩돈 20,000원 나가는 순간이다.  인제 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 20분. 서울행버스는 5시30분 그리고 1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한다. 우린 서울직행으로 7시5분 차를 타기로 하여 매표하고 인근 고깃집에서 뒷풀이등 겸사겸사하여 소주와 식사를 삼겹살 5인분에 맥주 한병 입가심하고 둘이서 소주2병 재훈이는 냉면 1그릇 하고 나니 어느덧 7시가 되어간다. 터미널에 가서 기다리니 10분이나 연착되어 버스가 들어온다. 자리는 만원이다. 술도 얼큰하게 한잔 하였고 맨 앞자리 빈자리에 앉으니 노인한분이 앉아 계신다.

  약간의 취기와 피곤함으로 비몽사몽중 도로가 밀리는 중에도 어느덧 서울에 도착한다. 힘들면서도 의미 있는 1박3일간의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