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산문집에서
치자꽃처럼 하얗지만 크기는 그 절반밖에 안되는 앙증맞은 꽃들이 화창하고 포근한 봄볕 속에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울타리를 이루며 꽃물결을 짓고 있는 그 꽃은 탱자꽃이었다.
그 탱자나무 울타리를 따라 암팡지게 생긴 암탉이 듬직한 엉덩이를 흔들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다가 한바탕씩 땅을 헤집고 파고는 했다.
그 뒤를 예닐곱 마리의 병아리들이 종종거리며 따라가기도 하고, 삐약거리며 쪼르르 달려가기도 했다.
병아리들이 서로 시합하듯 쉴새없이 삐약거리는 그 소리는 어찌나 맑고 고운지 종달새 소리가 무색할 많큼 싱그러운 봄노래였다.
병아리들이 서로 다투어 쪼르르 달려가는 것은 암탉이 한바탕씩 땅을 헤집어 판 다음이었다.
서로 앞서려고 삐약거리며 몰려간 병아리들은 새로 파헤쳐진 땅에 주둥이를 대고 먹이를 쪼아대기에 정신없이 바빴다.
그러다가 어떤 놈들은 지렁이 한 마리를 서로 양쪽에서 물고 싸움판을 벌이기도 했다.
서로 먹이를 뺏으려는 그 싸움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맹렬하고도 치열했다.
어떤 놈은 큰 지렁이를 삼키느라고 목을 뺀 채 뺑뺑이를 돌며 애를 썼고, 어떤 놈은 지렁이를 물고 다른 놈들이 덤비는 것을 피해 제 어미의 반때쪽으로 줄행랑을 치고 잇었고, 어떤 놈은 어미닭이 새로 파헤친 곳으로 너무 빨리 달려가다가 넘어져 뒹굴어지거나 코방아를 찧기도 햇고, 뒤따라오던 놈이 거기에 부딪쳐 넘어지며 두어바퀴 또르르 구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삐약거리는 소리는 더 유난스러워 졌다. 그러나 병아리들은 금방 몸을 일으켜 다시 기를 쓰고 달려가고는 했다.
포근한 햇볕 도타운 봄날이면 텃밭에서 으레 볼 수 있었던 생기 넘치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봄철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 조정래님의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중에서 -----
어렸을 적 시골집 마당풍경이 눈앞에 선하여 옮겨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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