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
- 공식명칭 : 투발루(Tuvalu)
- 인구 : 10,600
- 면적 : 25.6㎢
- 수도 : 퐁가팔레
- 정체·의회형태 : 입헌군주제, 단원제
- 국가원수/정부수반 : 영국 국왕/총리
- 공식 언어 : 영어, 투발루어
- 독립년월일 : 1978. 10. 1
- 화폐단위 : 투발루달러(Tuvalu dollar/$T)
- 국가(國歌) : Tuvalu mo te Atua("Tuvalu for the Almighty")
- 개요 : 태평양 중서부에 있는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입헌군주국으로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북동쪽으로 4,000km 떨어져 있다. 이 제도의 해안에서 370km 해상으로 뻗어 있는 경제수역을 포함하면 130만㎢에 이른다. 수도는 푸나푸티 환초에 있는 퐁가팔레이다. 총육지면적 25.6㎢, 인구 10,600(2006 추계)
기후변화는 소국(小國)이나 빈국(貧國)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힌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책임은 대부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있지만, 그로 인한 피해의 직격탄은 바로 해양에 위치한 섬나라 등 저개발국들이 맞고 있다. 이른바 ‘기후변화의 역설’이 존재하는 셈이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피해국이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최대 취약국가로 꼽은 이 나라는 이르면 50년 안에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우기가 최고점에 이른 지난 2월 투발루의 해수면은 최대 3.48m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연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5.5㎜.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50~60년 뒤에는 섬이 사라질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한다. 해수면 상승과 잦은 사이클론으로 해안 침식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순 투발루에서 만난 타발라 카테아(33) 기상청장은 “내가 열살 때만 해도 너비가 5~6m 되는 바닷가에서 놀았는데, 지금은 너비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지난 2월에는 기상청 사무실도 물에 잠겼고, 직원들과 함께 일종의 기념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투발루 명예영사 이프티카르 아야즈 박사도 지난 5월 호주 A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투발루는 빠르면 2040년, 또는 2050년 대부분 물에 잠길 것이고, 다음 세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발루는 전세계 최초의 ‘기후 난민’국가다. 지금까지 뉴질랜드로 이주한 투발루 난민은 3000여명에 달하며, 양국 정부는 매년 75명을 이민 보내기로 합의한 상태다. 전쟁과 폭력이 아닌 기후변화로 ‘나라 잃는 설움’에 처하게 된 것이다.
투발루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에 속하지만, 아시아에서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무이낙 인근의 아랄해는 기후변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는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매년 홍수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홍수에 따른 산사태로 100여명이 숨졌고, ‘벵골 호랑이’는 멸종 직전이다. 울창한 열대삼림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보루네오섬 역시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지역 중 한곳이며, 중국 내몽골의 사막화와 황사현상은 이제 우리에게도 낯익은 주제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신음하는 아시아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인류 공통의 의무이다. 한국도 조만간 기후변화의 부메랑을 맞을지 모른다.
<기후변화의 최전선>--- 잠기고 있는 투발루-- <주민들도 무력감에 잠겨>
투발루에는 ‘무력감’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지난 7월19일 유일한 공항이 있는 푸나푸티섬에 비행기가 착륙하자, 창없이 뚫려있는 전형적인 열대지방 건물인 공항 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차례 피지 수도 수바에서 날아오는 이 40인용 구닥다리 비행기는 투발루와 세계를 잇는 유일한 끈이다. 그러나 비행기가 피지로 돌아간 뒤 공항은 금세 텅 비었다. 섭씨 30도를 넘는 기온과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도로에서 인적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이 섬나라는 또다시 깊은 ‘무력감’ 속으로 빠져 드는 듯 보였다.
도대체 이 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50년내 사라질지 모르는 섬나라 = 비행기 창문을 통해 내려다본 산호섬 푸나푸티의 모양은 왜 이 섬이 기후변화의 첫번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곧바로 실감하게 했다. 좁고 기다란 활 모양의 이 섬은 최대 폭이 400m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 연안이 태평양의 높은 파도로부터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폭뿐만이 아니다. 해발고도가 더욱 문제다.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도 해발 5m, 대부분 지역은 0m이니 해수면과 높이가 같은 셈이다. 때문에 매년 2월 사리(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경우)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에는 물난리를 피할 길이 없다. 푸나푸티의 중국 음식점에서 만난 키스 로파티(39)는 “2월에는 최대 사리인 ‘킹 타이드(King tide)’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기자들이 몰려든다”면서 “매년 그때에는 섬이 온통 물바다로, 물에 젖지 않고는 거리를 다닐 수 없는데 실제 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1999년에는 푸나푸티섬에서 10여㎞ 떨어진 테푸카 사빌리빌리섬이 갑자기 사라졌고, 8개의 섬에서는 모두 심각한 침식작용이 진행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협약(UNFCCC)의 1999년 보고서에 따르면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연간 1m씩 해안선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최근 2~3년만에 해변 1m가 씻겨나갔다.
공항 활주로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기상청장 타발라 카테아(33)는 “투발루에는 11~4월의 우기와 5~10월 건기가 있는데, 우기에는 사이클론이 더 잦아졌고 건기에는 가뭄이 잦아졌다”면서 “사실 기후가 변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해수면 온도가 올라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생태계의 변화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라군(석호)에 위치한 투발루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식물이 고사하면서 불가사리가 급증, 산호초가 사라지고 있다. 한때 번창했던 주식 ‘풀라카(토란의 일종)’도 염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더이상 재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일 환경단체 ‘저먼워치’는 2004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풀라카는 물론, 코코넛, 바나나 나무 등도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한 상태로, 사실상 투발루는 어떤 경작도 할 수 없고 어업도 개장폐업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생필품은 모두 수입, 무력한 일과 = 도착한 지 이틀째인 7월20일 오후 푸나푸티섬의 유일한 도로에서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뜨거운 햇볕 탓도 있지만, 금요일 오후 1시부터 모든 시설이 사실상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어른들은 도로 주변에 줄지어 서 있는 판자집에서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유일한 활기라고는 가끔 공차기나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모습 뿐이었다. 주말에는 식료품점마저도 문을 닫았고,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를 대여할 수도 없었다. 1972년 최악의 사이클론 ‘베베’ 당시 3명을 구해냈던 멜라니 페세(여·58)는 “땅이 지난 30년간 4분의 1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그때는 그래도 농사도 짓고 그랬지만, 지금의 삶은 더 단순해져서 대부분 주로 집에 머물면서 피지 등에서 구입해온 DVD로 영화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투발루인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식수. 산호섬의 특성상 강이 없기 때문에 빗물을 받아서 생활용수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제때 물을 구하기 쉽지 않다. 정부청사 옆에 위치한 투발루의 유일한 호텔에도 ‘물이 부족하니 아껴 사용하세요’라는 권고문이 붙어있을 정도. 집마다 대형 집수 탱크가 놓여있지만, 정수시설은 갖춰져있지 않았다.
물론 인재(人災)의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풀라카’를 재배하던 구덩이에는 소금물이 차면서 오염의 근원지가 됐고, 제2차세계대전 당시인 1943년 미군이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섬의 끝부분에서 흙을 퍼오면서 생긴 구덩이에는 물이 썩어들어가면서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다.
게다가 활주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도가 된 푸나푸티섬에는 인구의 37%인 4492명이 거주할 정도로, 인구집중에 따른 폐해도 크다.
이 때문에 생산력을 잃어버린 푸나푸티섬 주민들은 모두 피지나 뉴질랜드, 호주에서 들여온 수입품으로 생활한다. 식빵 한봉지가 2호주달러, 오렌지주스는 1호주달러, 전화국에서만 가능한 국제전화는 3분에 7호주달러. 유일한 은행인 투발루 국립은행에서 1달러를 1.05 호주달러로 환전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빵 한봉지가 약 1880원인 셈이다. 투발루 정부가 UNFCC 보고서에서 식생활의 변화로 비만과 당뇨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힌 점은 기후변화가 생활양식마저도 바꿀 수 있다는 무서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7.9.7(금)일자 문화일보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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