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노무현 대통령님...저 좀 봅시다.
사물함/개인사물
2006-06-02 13:31:50
저는 47세의 평범한 시민입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386세대의 중심세대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부마사태와 10.26과 12.12를 두려움 속에 겪으며 세상을 익혔고 2학년 때... 서울의 봄은 학내분규로부터 시작해서 군사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서...오월 내내 어느 한 순간도 잊혀지지 않는 5.18 전후를 서울역과 남대문... 종로와 아현동 고개의 아스팔트 위에서 목 놓아 울부짖었던 교련복과 염색된 군복세대이며... 그해 여름 느닷없이 군에 징집되어 고생도 했고...어렵게 졸업해서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군사독재의 연장움직임을 반대하며 6월항쟁 때에는 학생들의 아우성을 따라 넥타이부대로써 아스팔트 위를 함께 달렸던 세대입니다. 노-김-김 정부로 이어지며 우리는 군사독재로부터 서서히 민주화를 이루었고 이제는 어느정도 민주화된 정치적 토대 위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조선일보만 이미 알고 있었고 당시 우리는 미처 몰랐던 <노무현 죽이기>의 주인공이 너무나 극적으로... 드라마처럼... 우리세대의 오랜 꿈을 이루어 줄 구세주로 나타났었습니다. 본래 어려운 대선이었지만 선거당일 정말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오후 늦게야 일어섰고...부랴부랴 투표장을 찾아 <개혁과 희망>에 표를 던졌습니다. 아마도 투표권을 가진지 이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붓뚜껑에 힘을 주며 꼭 당선되어야 한다고 절실하게....기도했던 것 같습니다.(저는 노사모가 아닙니다) 저는 노선상으로는 분명 노무현의 생각과 정책을 믿고 존중하기에 여당지지자입니다. 그러나 유권자 개개인은 단순하고 무지할지 몰라도 국민은 절대로 무지하지 않다는 것을 노무현도 여당도 너무나 모르는 것 같아서 화가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야당에 표를 줘서 여당이 정신 차리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연일 여당 참패의 예고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야당총재의 피습까지 이어지면서 완전히 야당의 싹쓸이가 불 보듯 뻔해지자 다시 제 머리가 복잡해지더군요. 압승은 위험한 후진국형 선거결과 아닙니까... 국민들이 야당이 잘했다고 밀어주는 것도 아닌데 여당 회초리 때리려다 야당이 압승하고나면 야당은 얼마나 또 기고만장 할꼬 생각하니 막막.... 해지는 겁니다. 유권자의 지지자 또는 지지정당에 대한 지지의사 전달경로는 간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흔들림 없는 노무현의 지지자인 제가 세 번이나 마음을 바꾸어야 합니까? 결국 투표장에 도착해서 저는 <미래>에 투자하기로 했던 겁니다. 아직은 미약하고 투쟁적으로만 보이지만 우리 정치가 건강해지고 건전해지면 반드시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다수당을 견재해야 할 세력 민주노동당에 말입니다... 대선 때 그렇게도 열심이던 노사모 세력... 다시 말해 386세대들은 이번에 어떤 투표를 했겠습니까? 그들은 이번에 어디들 있었답니까? 어쨌건 간에... 형편없이 졌습니다.... 참담합니다... 탄핵을 구제받았지만 그간의 보궐선거에서 < 27 : 0 > 그러니까 <이십칠대 떡> 이었죠? 그때 여당의 전열과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부동산정책이 우왕좌왕하고 그래도 강남은 휘파람을 불 때도...각종세금을 올릴 때도 저는 노무현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었습니다...먼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올해 선친께서 물려주신 쓰러져가는 우리 집의 공시지가가 15% 정도 오르고 그에 따를 세금도 오르게 되고 보니 잠깐이었지만... <엉?...나도?...>하게 되더군요. 서민들 다들 그랬을 겁니다. 많이 벌고 재산 많은 사람들에게나 조세부담 늘려서 없는 사람들에게 분배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도 더 내야 하는구나...물론 힘들지만 저는 수용했습니다...그래도 노무현의 이상이 현실보다 가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 그럴까요...허겁지겁 애들 키우고 교육하고... 부모 모시고 살면서 노후준비는 스스로 해야 하는 우리 세대가....모두 대선 때처럼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헤쳐 나가는 이른바 노무현식이 이번에도 통할지 모르겠습니다...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별일 없다는 듯...깜짝 국민들 시선 한 번 돌려놓고 스르르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설정을 좀 바꾼다고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회의 주력인 우리 세대가 그렇게 꿈꿔 왔던 <이상>을 우리가 추대했던 <노무현>이 실패했다고... 그만 포기하고 다시 보수우익에게 되돌려주고 정치적으로 복구 불가능한 구렁텅으로 빠지기에는 삼십년을 참고 견디며 한발 한발 올라선 지금의 정치개혁이란 토대가 너무나 풍선처럼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지켜야하고 바톤은 온전히 넘겨져야 합니다. 바톤을 떨어뜨리지 마세요. 그게 누가 건네준 바톤인데요.... 어떻게 이룬 선두인데... 가시덤불과...자갈밭과...불구덩이를 거쳐...시체밭을 넘으며...맨발과 배고픔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눈물로 달려 이룬 선두입니다. 다음 주자에게....우리와 생각을 함께하고....후손들을 위해 개혁과 이상적인 사회구현을 계승할 주자에게 넘겨줄 준비를 하셔야합니다. 나눠먹을 파이 앞에서 어느 조각이 큰지 침만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톤을 넘겨주면 절대로 안됩니다... 패배는 국민의 심판이었음을 인정하세요. 예전처럼 시선을 피하지 말라구요.... 잘 하겠노라고... 실망시키지 않겠노라고 말하세요. 그리고 찾아내세요... 이 형국을 이겨낼 그 무언가를 말입니다. 저도 안보입니다... 그냥 다 버리고....비우고 보세요...그리고 바꾸시고...독려하세요. 그것마저 게을리 한다면 우리는... 정말로... 다시는 <노무현>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 아직도 그래도 노무현을 포기하지 않은 386세대 ----- |
출처 : 531지방선거
글쓴이 : 이성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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