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

20070518-5.18은 민주화운동이기 이전에.....

그렇다.
5.18이 민주화에 기여한 바 크고 많다.

공포의 80년대를 벗어나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전두환 일당을 반란의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으며
군사쿠데타의 싹을 애시당초 잘라 버리기도 하였다.
박정희 일당이 키워온 음습한 세력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 주기도 했다.

아직도 비틀거리는 한국의 민주화이지만
오늘의 자리라도 있게 한 것들의 주역은 5.18이었다.

그렇다고 5.18이 민주 의거나 민주화 운동이라고만 말하는 것은
진정한 5.18 제 자리 잡아주기가 아니다.
멍울진 가슴에 더욱 큰 멍이 들게 하는 잔혹 행위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또다시 자행하는 학살행위일 뿐이다.
기만과 위선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알맹이가 송두리채 도려내진 텅빈 실체의 5.18을 민주라는 포장으로 가리는 일이다.

5.18은 민중항쟁이다.

민주라는 위대한 이념을 위한 민중 항쟁이 아니라
살육, 학살, 잔혹, 야만에 대항하여
내 형제와 부모, 이웃과 친구, 시민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아니 삶을 포기하고 이판사판으로 한판 붙은 그런 전쟁이고 사태였다.
도덕과 가치, 민주화는 먼 훗날의 일이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학살 상황을 목격하고
모든 판단 능력을 상실하였고
남은 것은 두려움, 공포, 공황, 살떨림, 치떨림, 분노 원망 등이었다.
그들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시민들처럼 살아서 행복하기를 원했다.
민주가 필요한 줄은 알았지만 시급하거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민주 이전에 생존은 중요했었다.
그들은 살아 남고 싶었었다.
죽어야할 이유가 없었다.
광주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야할 이유는 없었다.
살고 싶었다.

계엄군은 광주에 진입한 순간부터 그들이 지나는 곳에
존재하는 인간들, 특히 젊은 것들을 짓뭉개버렸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개인의 안녕을 위해 도피를 꿈꾸던 시민들이
모든 생존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의 기록으로 5.18은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민이라 이름하는 그들은
정치인이라 거들먹거리는 그들은
민주화라는 멍에를 씌워 주고는
가슴 깊숙이 아직도 분노의 활화산으로 자리하고 있는
잊고 싶은 10여일 간에서 비롯된 고통과 분노와 치떨림과 한을 앗아버렸다.
광주의 생명을 앗아 버렸다.
학살과 만행은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린 자리에는
민주라는 다소 썰렁한 깃발과
부모 형제를 학살한 자들에 대한 분노가 지역주의라는 이름으로 비난을 받는 현실과
학살과 만행을 방조 방관하고 환호성까지 질러대던 이들의
게슴츠레한 비웃음만이 남아 있다.

이제 5.18을 미화하며 5.18을 짓밟는 만행을 중지하라.
그들이 서럽게 외롭게 흐느끼며 공포와 분노 속에서 몸부림치던
10여일 간의 몸서리침, 불언 공포, 분노, 의문을 생각하라.
부모 형제를 학살 당한 이들의 피맺힌 한을 풀 방법을 생각해 보라.
진정으로 그들에게 사죄하고
그들의 서러움, 원망, 분노, 공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이해가 어렵다면 서럽고 지루한 이야기라도 들어주라.
학살의 원흉을 찾아내어 만천하에 공개하라.
권력의 이름으로 학살의 짐을 지운 계엄군의
오열과 흐느낌과 분노와 죄의식을 생각하라.
억울함, 분노, 회환, 배신감, 두려움과 공포, 이유없는 적개심을 생각하라.

그렇게 하고도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느낀다면
민주를 말하고, 명예를 말하고, 역사적 의의를 말하라.

민주라는 이름으로 우리 자신의 평안과 자존을 구하지 말라.
민주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잔혹과 야만의 학살을 자행하지 말라.
처절했던 광주 민중들의 항쟁을 인정하라.
영문도 모른채 학살자가 되어야 했던 또다른 희생자들에게 사죄하라.

*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고락산(jhsun2)님이 쓰신 댓글을 퍼온것입니다.

http://cafe.daum.net/80518 5.18민중항쟁 80518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처 : 자유토론방
글쓴이 : 노란장미 원글보기
메모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0904 - 1960년대의 청계천  (0) 2023.05.09
20070904 - 1960년대의 청계천  (0) 2023.05.09
20070614-잠수함(정지함)  (0) 2023.05.04
20070517-남북철도 시험운행  (0) 2023.05.04
20060503 진달래  (0) 2023.04.20